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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어지럼증 - 전정신경염

대전 청능사 2010. 5. 7. 10:42

 

질병없는 사회를 만들자-전정신경염
갑작스러운 어지럼증… 문제는 耳안에 있다
A은행 펀드매니저 선우모(43)씨는 최근 꽃샘추위와 큰 일교차로 인한 감기 증상으로 며칠간 고생했지만 평소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갑자기 발생한 어지러움과 구토, 식은땀으로 응급실 진료를 받았다. 머리에는 이상이 없지만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다는 얘기에 며칠간 약을 먹으며 지켜보기로 했다. 하지만 어지럼증이 계속돼 이비인후과를 방문, 결국 전정신경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귀 중에서 청력을 담당하는 달팽이관과 균형을 담당하는 세반고리관이 만나는 곳이 전정이다. 선우씨는 이 전정에 문제가 생겼던 것. 이 전정에서 나가는 신경이 전정신경이고, 이 신경이 뇌로 향해 달려 올라가다가 약간 뭉쳐져 있는 곳이 전정신경절이다. 여기에 감기 바이러스가 침입해 생기는 병이 전정신경(절)염이다.

주로 균형 감각을 전달하는 부위에 생기기 때문에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빠르면 2-3일, 길게는 2-3개월까지 어지럼증을 느끼기 때문에 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신속하게 치료가 되는 질환이기도 하다. 전정신경염에 대해 건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이종빈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한쪽 귀의 전정신경 기능이 없어지면 발병

신체의 평형은 전정계, 시각계, 체성감각계 3자간의 조화에 의해 유지된다. 하지만 이들의 조화가 깨지면 현기증 및 평형장애를 유발하게 된다.


특히 속귀에 위치해 있는 전정계는 신체평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전정신경은 말초전정계라고 불리는 전정 및 세반고리관의 평형 정보를 뇌로 전달한다.

전정신경염은 갑작스럽게 한쪽 귀의 전정신경 기능이 일부 또는 완전히 없어지는 병이다. 전체적으로는 어지러움 질환들 중 이석증(양성돌발성두위현훈)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질환이기도 하다.

◇주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전정신경염의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통상 발병 수일에서 수주 전에 상기도 감염의 병력이 흔하다는 점이나 환절기에 유행성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주요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속귀나 전정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분지의 막힘으로 인한 혈액순환 부전도 원인 중 하나로 추측하고 있다.

이 질환은 주로 다른 어지러움 질환에 비해 비교적 젊은 연령대인 30-40대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으며, 남녀 차이는 없다. 갑자기 시작되며 대부분의 경우 주로 아침에 눈을 뜰 때 어지러움을 느끼거나 새벽에 어지러움으로 잠을 깨는 경우가 많다.

어지러움은 회전성, 즉 자신이 한방향으로 계속 돌고 있다거나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빙빙 돌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 좀 더 심해져 발생 24시간 내에 어지러움 증상은 최고조에 달한다.

일부의 경우 몸이 한쪽으로 쓰러지려 한다거나 술에 만취한 느낌이라는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편해지고, 머리를 움직이면 심해진다는 증상은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처음에는 매우 심한 어지러움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 1주 이내에 경감되며, 일부의 경우만 2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극히 드물게 이명, 귀먹먹함 등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난청 등 청력장애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이 질환의 특징이다.

◇심하면 정밀진단 필요

갑작스런 어지러움을 경험하는 환자들은 매우 당황스럽고 불안해하기 마련이다. 일단 안정을 찾도록 조용한 환경에서 진정시키고 어지러움증이나 구토 등을 가라앉히는 약을 투여하게 된다. 심한 구토로 탈수가 되지 않도록 하면서 문진과 검사를 통해 다른 원인으로 인한 어지러움 질환을 찾아 볼 수도 있다.

돌발성 난청이나 청신경종, 소뇌혈관장애, 이석증 등 일부 특정 질환들은 유사한 어지러움을 일으키지만 치료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을 위해서는 청력검사, 전정기능검사, 신경학적검사, 측두골 CT 및 뇌 MRI 등의 검사를 하면 된다. 때에 따라 심장기능검사, 혈액검사, 내분비검사 등을 해보기도 한다.

또 심한 어지러움증이 줄어들게 되면 안정보다는 적극적인 전정 재활운동으로 중추신경의 자극을 통한 전정신경기능의 회복(보상)을 유도하는 것이 더 빠르고 완전한 회복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환자들이 어느 정도 어지러움이 소실된 후에도 심한 어지러움이 재발할까 두려운 마음에 진정제(전정억제제)나 그와 유사한 약제를 지속적으로 투여받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치료는 당장의 불편은 줄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못하며 오히려 환자의 적응을 저해시킬 수 있어 심한 어지러움증이 줄어드면 조기에 중단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약화된 전정 기능의 재활이 우선

전정 재활의 치료는 평형기능에 문제가 있는 어지러움 환자들을 운동요법을 통해 증세를 감소시키고 일상생활에서의 적응능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전정 재활치료는 약화된 전정기능을 중추신경(뇌)에서 보상(compensation)하는 과정을 촉진시켜 증세를 빨리 없애고 평형능력을 증대시키며,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극대화하는 것. 이는 조정 능력의 재구성과 보상을 촉진하기 위해 환자를 불안정한 자세에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게 된다. 여기에 환자 개개인의 증세와 정도에 따라 처음에 누운 자세부터 시작해 차례로 앉은자세, 선자세에서의 안구운동, 머리운동, 온몸운동 등을 하는 것이다.

전정기능의 강화를 위해 도움이 되는 운동에는 테니스, 배드민턴, 자전거, 골프 등이 있다. 이는 눈으로 어떤 물체를 보고 움직이거나 평형을 유지하며 목표를 정확히 맞추려는 노력을 연속적으로 하게 만드는 운동들이다. 실내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은 벽에다 고무공을 던지고 되받는 것을 반복하는 것 등이다.

다만 수영의 경우 물에 의한 부력으로 중력을 감지하기가 어렵고, 시각도 불편하기 때문에 몸의 중심을 잡기가 매우 어려워 전정기능이 약화된 사람이나 어지러움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고 해서 전문가들도 권하지 않는다.

최태영 기자 tychoi@daejonilbo.com



건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이종빈 교수

[ 약력 ]

동국대의대 졸업

동국대 의학박사과정 수료

독일 베를린 측두골 절제술 및 이소골 성형술 연수

대한평형의학회 정회원

대한청각학회 정회원

대한이과학회 정회원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정회원

현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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